HMM, 본사 이전 논란 속으로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전국적인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국내 최대, 세계 8위의 글로벌 해운사 HMM이 혼란의 중심에 섰다.
HMM은 지난해 기준 매출 11조7,002억 원, 영업이익 3조5,128억 원을 기록하며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놀라운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0%를 넘은 우량 기업이자, 사실상 정부의 지분이 70% 이상인 반(半)공기업이다. 현재 본사는 서울 여의도 중심의 ‘파크원타워1’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전체 1,890명 임직원 중 약 9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대선공약이 등장한 배경에는 어떤 내용이 향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을 고찰해 보기로 한다.
1. 왜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려고 하는가?
HMM의 부산 이전 주장은 하루 아침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HMM 대부분의 선박들이 부산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부산은 명실상부한 해양수도이자 세계적인 항만 도시로, 해양 관련 기관과 인프라가 집적된 곳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사회와 상공계는 오랫동안 ‘본사 이전’을 주장해왔는데, 그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
- 지역 균형 발전 실현: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를 위해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은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 해운 산업 중심지 정체성 강화: 해운 산업의 실질 거점인 부산에 본사를 두는 것이 산업적 효율성과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 정부 지분을 통한 영향력 행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공공기관의 지분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정부가 출자한 회사이기 때문에 이전은 마음먹으면 가능하다”며 공약 실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물류 중심의 산업으로 도약 하려는 부산의 입장에서 해수부의 본사 이전을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2. 본사 이전의 어려움과 문제점
단순한 논리로 민간기업의 본사를 이전 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HMM 내부는 물론, 업계 전반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 민간기업의 정치적 이용 논란
- HMM은 코스피에 상장된 민간기업이며, 정부 지분이 많다 하더라도 상법상 독립된 경영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 정치 공약으로 기업의 입지를 논하는 것은 정부 개입의 선을 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 영업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 문제
- HMM 고객사(화주)의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본사의 지방 이전은 영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세계 1위 해운사 MSC도 본사를 내륙국가 스위스 제네바에 두고 전 세계 항만을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인력 이탈 우려와 조직 안정성 저하
- 본사 이전 시 가장 큰 피해자는 직원들이다. 특히 젊은 세대와 경영·영업 파트 핵심 인력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다.
- 실제로 HMM 노조 측은 “본사 이전과 관련해 어떤 의견 수렴도 없었다”고 밝혔으며,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민영화 과정의 순서 역행
- HMM은 최근 몇 년 간 회복세를 타며 민영화가 논의 중이다. 작년에는 매각 시도도 있었으나 무산되었다.
- 아직 민영화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사 이전 논의는 정책적 우선순위와 순서를 역행하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3.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으로의 본사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부산 지역사회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다.
- 고용 창출 : 본사 이전으로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가 부산에 새롭게 생기게 된다.
- 산업 집중 효과 : 해운, 물류, 해양 서비스 관련 기업들의 부산 이전 유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상징성 제고 : 수도권 중심의 기업 운영 구조에 균열을 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이전은 지역경제에 오히려 부정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고,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인한 장기적 피해가 지역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는 건 사실이다.
4. HMM의 주가와 향후 전망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언제나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HMM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 후보의 본사 이전 발언 이후, 주가는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결정된 사안이 없는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다음과 같은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본사 이전 실현 가능성 : 정부 차원의 압박이 실제 기업 운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경우, 불확실성 증대
- 민영화 재추진 여부: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언제, 어떻게 민영화를 추진할지가 핵심 변수
- 글로벌 해운시장의 흐름: 해운 운임과 물동량 등 거시적인 시장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클 수 있음
투자자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HMM은 정책 리스크와 시장 변동성이 혼재된 상태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본사 이전,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HMM 본사 이전 문제는 단순한 ‘기업 거점 변경’이 아니다. 이는 정치, 경제, 노동,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정부 지분을 활용해 공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과, 민간기업의 독립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충돌하고 있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시점에, 정치적 명분이 앞서는 공약이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할지는 냉정하게 분석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정치적, 산업적 판단을 넘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